아끼다 똥 된다는 '이것'
삶에 있어 어떤 것이든 아끼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건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행을 위해 돈을 모을 수도 있고, 너무 맛있어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음식인데 다이어트 중인지라 자제해야 할 상황일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우리 집 사정처럼, 칭찬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친구의 댓글을 모욕적으로, 인신공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 나는 아끼지 않기로 한다. 특히나 아끼다 보면 똥 될 이 네 가지는 더더욱.
마음에 쏙 든 색상 때문에 사놓고는 몇 번 신지도 못한 여름 운동화 한 켤레가 있다. 작년에 뉴욕에서 산 빈티지한 핏의 갈색 코트는 요맘때가 딱인데 올해 들어 처음, 오늘에서야 꺼내 입었다. 재작년에 선물로 받은 와인색 핸드백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지난 주말에 오랜만에 발견했다. 옷, 신발, 가방들은 정말 아끼면 똥 된다. 유행은 남이 입는 것을 따라 입는 것만이 아니다. 최대한 유행 타지 않는 아이템들만 모았다고 해도 며칠 뒤에 또 맘에 드는 것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고,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이 옷에서 저 옷으로 애정을 옮겨주는 것도 유행이다.
더 이상 나에게 꼭 맞는 옷, 똥으로 만들지 않도록 마음껏 입어주고, 또 나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에게 후회 없이, 미련 없이 새 시집보내줄 수 있을 만큼 사랑해주어야겠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캡슐 옷장 Capsule Wardrobe 도 완성되는 것 아니겠나?
찻장에 가득 쌓여있는 차와 커피들이 있다. 이번 하와이 여행 때 사온 코나 커피나, 지난달에 밴쿠버 Moja Coffee에서 사서 갈아온 그들의 커피콩. 차도 많다. 옥수수차, 허브차, 레몬차 등등등. 장을 볼 대마다 새로운 커피와 차를 시도해보고 싶지만 있는 것 먼저 마셔 없애버리기 전에는 돈 낭비를 하고 싶지가 않아서 망설이게 된다. 밖에서 사 마시는 것도 물론 나름 로맨틱하고 좋지만, 우선 집에 있는 것들부터 좀 없애자. 안 마시면 유통기한 금세 찾아오고 쓰레기통으로 곧장 골인시켜야 하니까.
은퇴 후의 생활도 아예 준비 없이 될 대로 돼라 할 순 없고, 몇 달 뒤로 이야기 중인 두 번의 여행도, 내년으로 계획 중인 휴식도 다 구체화시키려면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월급에서 얼마는 생활비로 쓰고, 얼마는 따로 챙겨서 저금을 꼬박꼬박 해나가면 통장에 돈도 쌓이고, 쌓이는 돈만큼 마음도 두둑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돈은 써야 돈이고 돌아야 돈이다. 써야 할 때는 써야 사람처럼 살게 해주는 것. 바로 돈이다.
대화를 이끌어내는 최고의 출발점이자 호감을 만들어내는 최상의 비등점, 칭찬. 듣고 자라지 못해서, 많이 받아본 적이 없어서 나는 못해주겠다, 라는 심보와 지금이라도 많이 나눠주고 많이 베풀어서 내 삶에 가득하게 하여야겠다는 다짐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난 당연 후자를 선택하겠다. 왜 안 해도 되는걸 굳이 하겠다는 거냐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같은 이름의 책, Whale Done!: The Power of Positive Relationships을 쓴 저자 케네스 블랜차드 Kenneth H. Blanchard는 자신의 시간 중 사람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가장 가치 있다고 한 것처럼, 사람을 움직이는 칭찬의 힘을 홍보해온 사람이다. 나 또한 그의 생각과 같다. 칭찬은 사람을 움직이고, 관계를 튼튼히 하고, 결심에 불을 붙인다.
일본의 속담, 까닭 없이 칭찬하는 사람을 경계하라, 처럼 까닭 없이 칭찬을 남발하는 것은 관계를 파괴하는 무서운 짓이다. 그렇지만 칭찬의 상대를 잘 알고 이해한 칭찬, 특정 행동과 선택을 인정하는 칭찬이라면 독이 될리는 없으니 걱정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