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 대상 1호 사람들 특징
귀를 닫고 듣는 사람은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이미 자기 안에 답을 갖고 있다. 타협하거나 재고의 여지를 두지 않고 상대가 어떤 말을 해도 들으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는 사람을 깔보거나 업신여기기까지 한다. 대화가 이어질수록 소통의 문은 닫히고 불통되면서 심지어 분통과 울화통이 터질 수도 있다. 빨리 이야기를 그만두고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다.
귀(貴)하게 대접받으려면 귀(耳)를 기울여야 한다. 경청할수록 경건해지고 상대방을 존경하게 된다. 내가 기울인 만큼 나는 기울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를 똑바로 세워 자존감을 갖게 만들어줄 수 있다. 자세를 낮추고 귀를 기울일 때 소통은 화통해진다. 진정한 대화는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여주는 겸손에서 비롯된다.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여주면 더불어 나도 높아진다. 물이 흘러서 가장 낮은 곳이 바다로 흘러가서 수증기가 되어 가장 높은 곳으로 상승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은 말 잘하는 입담의 달인보다 귀를 기울여 듣는 경청의 달인이 이끌어간다. ‘입’으로 한 가지 말할 때 ‘귀’로 두 가지를 들어라!
사람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 수 있는 사람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든 생명체는 그래서 의존적이며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결정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자신이 어떤 도움이 필요할 때만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그 필요가 충족되면 소식을 끊고 살다가 다시 뭔가가 필요해지면 필요한 도움을 요청한다. 인간관계는 끊임없이 애정과 관심을 갖고 보살펴야 하는 수동 시계와 같다.
애정과 관심이 식으면 관계는 넘을 수 없는 경계가 생긴다. 경계는 이제 다시 넘을 수 없는 한계로 자리 잡는다. 필요할 때 필요한 걸 부탁하면 필요한 걸 얻을 수 없다. 인간은 필요로 맺어지는 계약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로 맺어진 인간관계는 필요가 없어지면 인간관계도 끊긴다. 끊긴 인간관계를 필요한 게 생기면 다시 이어나가려고 하지만 이미 관계는 쉽게 넘을 수 없는 경계로 바뀌었기에 관계 회복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상대가 지금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에 눈감는 사람은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윤리나 의무를 망각한 사람이다. 상대방의 아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다. 타자의 아픔에 눈감는 사람은 눈을 감을 때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인간이 지닌 가장 소중한 미덕은 머리로 계산했을 때 나에게 손해가 됨에도 불구하고 타자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생각하는 측은지심이나 긍휼감이다. 머리는 계산하지만 가슴은 사랑한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면 물불 안 가리고 나서지만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손해가 된다면 꿈쩍도 하지 않는다. 세상은 오로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있을 때 의미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얻은 이익도 결국 다른 사람 덕분에 얻은 혜택이라고 생각할 때 좋은 사람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나의 전문성도 결국 나에게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제공해준 모든 사람들 덕분에 얻은 사회적 합작품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기 생각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면서 자신 있게 자기주장을 펼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자신감을 기반으로 자기 주관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내 생각도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지 않고 자신을 맹신하는 사람의 생각이다. 지금 내 생각은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직간접적 체험이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생긴 산물이다. 생각은 그래서 역사성을 띄고 있다. 내 생각을 만들었던 그 당시의 상황이 지금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 생각은 지금 여기에 안 맞을 수도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면서 자신과 다른 상대방의 관점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집이나 안하무인(眼下無人)의 자세다. 생각은 다른 생각을 만나 충돌이 일어날 때 또 다른 생각을 잉태한다. 자기 과시에 매몰돼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을 존중해줄지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는 심각한 감정적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과시하면 반드시 언젠가는 멸시당한다.
누군가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자기 생각을 먼저 말하는 사람이 있다.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린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결론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은 정말 밥맛이 없다. 사람은 저마다의 생각을 갖고 각자 다른 환경에서 다르게 살아간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틀렸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내 생각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생각은 일리(一理)가 있는 의견이다.
문제는 그런 일리 있는 생각을 자신의 생각만이 진리라고 생각하고 말도 못 꺼내게 사전 봉쇄하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의 생각하는 진리(眞理)는 무리(無理)다. ‘적게’ 말하면 ‘적’도 그만큼 없어진다. 말은 타이밍도 중요하다. 누군가가 자신의 주장을 열심히 이야기할 때는 끝까지 들어주어야 한다. 그 사람의 말문을 막아버리면 그 사람이 어떤 질문을 해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말문을 막으면 그 사람이 추구하는 새로운 관문도 볼 수 없다. 내 생각만큼 상대방의 생각도 소중하다는 점을 인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