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그 끝은 참담할 뿐...
내로남불, 과연 그 사이클과 그 끝은 어떨까... 드라마 속 불륜 남녀는 행복해 보인다. 불륜 상대는 배우자보다 사랑스럽다. 그러니 두렵기는커녕 당당하기만 하다. 곧 행복한 결혼으로 이어질 것 같다. 하지만 현실도 그럴까. 외도와 불륜의 시작은 서로에게 호감과 열정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이뤄지지만 끝내는 것은 결코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불륜의 사이클이 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첫째, 호감. 드라마에는 휴가지에서 서로 눈이 맞아서 한순간에 열정적인 불륜 관계에 빠져드는 상황이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직장이나 모임에서 서로 알고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불륜에 빠지는 경우가 더 흔하다. 평소에 어느 정도 호감을 갖고는 있었지만, 이성으로서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 아직 그 남자 혹은 그 여자에 대해서 성적 매력을 느끼지는 않는다. 이런 관계가 우연한 기회를 맞게 되면서 불륜이 시작된다. 직장에서 회식을 마치고 같이 택시를 타고 가다가 눈이 맞는 식으로 말이다.
둘째, 열정. 이 시기가 가장 행복하다. 우연히 관계를 가진 후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연락해서 다시 만나게 된다. 서로가 한 공간에 있고 섹스를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관계 가진 것을 잊고 지내다가 다음에 우연히 다시 만나는 경우도 있다. 그 순간 어색하다. 그런데 자꾸 생각이 난다. 며칠 안에 다시 연락해서 만나면 그때부터 열정이 시작된다. 하루 종일 그 사람 생각밖에 안 난다. 좋은 것을 보면 그 남자 혹은 그 여자와 함께 보고 싶고, 맛있는 음식을 대하면 그 남자 혹은 그 여자와 함께 먹고 싶다. 하루 종일 그 사람 연락만 기다린다. 그러다 마침내 만나게 되면 몸이 녹아버리는 것 같다.
셋째, 망설임. 때때로 불안해진다. 유부남, 유부녀를 사귄다는 것에 대해서 의식하기 시작한다. 소문에도 신경이 쓰인다. 혹시 불륜 상대와 데이트를 하다가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까봐 걱정도 된다. 그만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위험한 사랑을 한다는 것 때문에 가슴 설레기도 하지만 금지된 사랑이기에 두렵다. 망설이기도 한다. 연락이 와도 받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그런 결심은 잠시뿐이다. 결국 자신이 연락하게 되거나 혹은 상대방이 연락을 해서 다시 만나게 된다.
넷째, 고립. 그 사람은 가정이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밀을 지켜야 한다. 따라서 늘 그 사람의 스케줄에 맞춰야 한다. 그 사람의 아이가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둘이서 있다가도 그 사람이 병원으로 달려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그 사람의 배우자 눈에 띌지 몰라서 피해 다녀야 한다. 그러다보니 언제나 그 사람 가족의 스케줄에 밀려서 자신은 뒷전이다. 주위에서는 ‘사귀는 사람이 있냐?’고 묻지만 제대로 답할 수도 없다. 누군가 좋은 사람을 소개해준다고 해도 어정쩡한 태도로 얼버무리며 거절해야 한다. 남에게 밝힐 수 없는 비밀을 갖고 있기에 점점 고립돼간다.
다섯째, 합리화. 논리적으로는 이 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또다시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 이유를 만든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도 다 유부남 유부녀를 사귀고 있다고 합리화한다. 자신의 처지를 고려하면 이만한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에게 가족이 있지만, 그 사람이 진짜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라고 스스로 위안도 한다. 언젠가 그 사람이 배우자와 헤어지고 자신과 함께할 것이라는 헛된 희망도 가져본다. 이런 식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가는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한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합리화를 한다.
여섯째, 황폐화. 괜찮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다가도 어느 순간 또다시 미칠 것 같다. 이러한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이 짜증 난다.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화를 낸다. 결국은 참지 못하고 누구에겐가 털어놓는다.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그 사람과 둘 사이에 지켜야 하는 규칙을 어기고 만다. 술을 마시고 밤늦게 전화를 하기도 한다. 그 사람의 집 근처에서 서성이기도 한다. 그 사람에게 자신을 사랑하는지 자꾸 확인한다. 섹스에도 집착한다. 그 사람에게 화를 많이 내게 된다.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 싸우고 나면 그 사람이 헤어지자고 할까 두려워서 연거푸 전화를 한다. 이렇게 내연관계로 허비한 청춘이 아까워서 자꾸만 뭔가 ‘보상’을 바라게 된다.
일곱째, 파국. 유부남과 여자가 서로 그만 만나야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깨끗하게 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부녀와 남자가 서로 그만 만나야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깔끔하게 헤어지는 경우 역시 거의 없다. 내연관계가 끝날 때의 파열은 예상보다 훨씬 괴롭기 마련이다. 주위에 알려지면서, 더 이상 감추지 못하게 되면서 파국을 맞기도 한다. 배우자가 눈치채면서 더 이상 만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너무 답답한 나머지 내연녀 혹은 내연남이 남편이나 아내에게 알리기도 한다. 파국을 맞이한 불륜 커플이 그 뒤에 함께 가정을 이루는 경우는 드물다. 가정이 존재하기에 외도도 존재하는 것이다. 가정이 깨지면 외도 관계도 대부분 깨진다. 설혹 불륜이 결혼으로 이어지더라도 그 결혼이 행복한 경우는 많지 않다. 반복적으로 외도를 하던 남자가 결혼 후에 또 외도를 하는 경우도 있고, 불륜 상대로는 좋았던 여성도 막상 아내가 되면 매력이 사라지는 수도 있다. 나는 끝내고 싶지만 상대방은 아직 나를 사랑하는 경우도 문제고, 나는 계속 사랑으로 남고 싶지만 상대방은 보상을 받고 끝내고자 하는 경우도 문제다. 물론 외도가 행복한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외도를 하는 이들 중에는 관계가 불안해질 때마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연예인이나 기업인이 불륜 상대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기사를 검색하면서 불안을 달래는 사람도 있다. 상담을 하다가 필자가 “대부분의 외도는 끝이 좋지 않다”고 하니 찰스 황태자와 카밀라 파커볼스를 예로 들면서 반박한 내담자도 있었다. 물론 예외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불륜 관계는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불륜은 불륜 상대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불륜 관계 당사자인 불륜남, 불륜녀의 삶 역시 엉망이 된다. 어쩌면 불륜 관계의 가장 큰 피해자는 불륜 남녀 당사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