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추석 연휴 직후 일주일간 접수된 가정불화 상담 건수가 하루 평균 66건으로, 평소 40여 건에 비해 절반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가정불화 원인으로는 제사 준비 등 가사 스트레스가 절반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고부 갈등, 친정 방문 소홀 순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의 이혼 통계를 봐도 명절 직후인 2월과 10월에 직전 달보다 이혼 건수가 평균 11.5% 증가했다.
요즘은 아내 눈치를 보는 남편이 늘고 있다. 여성의 권리가 신장된 데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난 때문이다. 아내의 가정 경제 기여도가 높다 보니 아내 주장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시부모가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부터 살펴보자. 지금은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상한 시부모’는 존재한다. 혼수 때문에 마음에 안 들었던 며느리에게 주야장창 면박을 주는 시어머니도 있다. 잘난 아들 생색을 내기도 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학벌이 안 좋아서, 싹싹하지 않아서, 가정교육을 못 받아서 마음에 안 든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냥 며느리가 싫은 것이다. 아들을 빼앗긴 것 같아서 누가 됐든 며느리를 싫어하는 시어머니도 있다. 어떤 시어머니는 누군가를 흉보고 깎아내려야 마음이 편한데, 며느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뭐든 트집을 잡는다. 시아버지가 합세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남편은 명절에 부모 앞에서도 아내 편을 들어주려 한다. 아침에 되도록 빨리 일어나려고 노력한다. 집에 오면서 애썼다고 위로도 한다. 시간을 내서 처가에 들러 사위 노릇도 한다. 아내에게 선물도 사준다. 그러다가 아내가 너무 힘들어하면 명절 때 아내는 부모집에 가지 않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그래서 중간에서 부모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려고 한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이상한 부모’일수록 뭐 하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남자가 돼서 여자에게 질질 끌려다닌다고 아들을 족친다. 아들은 중간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그런 남편이 안쓰러워 아내는 “차라리 내가 가겠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이 자기 부모가 이상하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앞서 남편과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떤 남편은 자기 부모를 싫어하지만 그 얘기를 아내로부터 듣는 것도 싫다. 남편이 성장과정에서 부모로부터 통제, 간섭, 학대를 받았다면 부모와 심리적 분리가 잘 안 된다. 머리로는 아내 말이 옳다는 것을 알아도, 가슴에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가 부모를 욕하면 자신을 욕하는 것 같지만, 그런 심리를 스스로는 부정한다. 그러다보니 아내가 자기 부모를 이상하다고 하면 자신을 무시한다는 자격지심이 든다.
남편이 미워지면 아내는 시댁에 가기 싫다. 시부모와 며느리는 엄밀히 따지면 남이다. 남편으로 맺어진 인연이다. 그런데 남편이 바람이 나거나, 엉뚱한 일을 벌이다 알거지가 되거나, 허구한 날 술을 마셔댄다면 시댁에 가는 것도 싫을 것이다. 행복하진 않지만 최소한 불행하진 않아야 명절 준비할 마음이 난다. 결혼생활이 불행해지면 주부로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자녀 키우는 것만도 벅차다. 남편의 부모, 형제 대하는 것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이제 남편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자. 자신의 부모가 문제라면 당연히 아내편이 돼야 한다. 평생을 부모 때문에 괴로웠는데 그로 인해 내 가정마저 깨져서는 안 된다. 아내가 괴로워 이혼을 생각할 지경에 이르거나,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시댁에 발길을 끊을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 나를 평생 괴롭힌 부모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아내와 헤어질 순 없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시부모를 지극정성으로 모시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자. 시부모도 잘 봉양하고, 살림도 잘하고, 아이들 교육도 잘 시키는 아내는 로또복권일 수 있다. 명절을 앞두고 아내가 힘들다고 불평해도 너무 서운하게 여기지 말자. 막상 시댁에 가서 웃으면서 시부모를 대하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워하자. 시댁에 다녀오고 며칠 동안 아내가 짜증을 내더라도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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