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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수동적 연애를 하는 당신이라면...

by 바이널디 2022.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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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주체는 사랑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의 열정이나 격정에 사로잡힌 사람의 언어는 논리적이기 어렵다. 기승전결의 논리적 순서를 무시할 뿐 아니라, 자신을 이성적으로 제어하기도 어렵다. 가령, 어떤 사람이 마음에 들었다고 하자. 상대는 노크를 하지 않고 내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기습에 가깝다. 아무리 내쫓으려고 해도 나가지 않는다. 사랑의 주체는 고삐 풀린 감정에 휘둘리느라 잠도 못자고, 업무도 보기 어려워하고, 잘 먹지도 못한다. 상대가 불쑥불쑥 들어와 헤집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때 사랑의 능력이란 수동성의 능력이다. 적극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도 없고, 논리적으로 자기를 관리하기 어렵다. 900살이 넘은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도 사랑에 빠지면, 오랜 삶의 지혜를 발휘하지 못한다. 앳된 소년처럼 질투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이랬다저랬다 한다. 자기를 제어하려 하면 할수록 사랑의 고뇌는 깊어지고, 차가운 이성을 발휘하려 하면 할수록 불행해진다. 그렇다면 사랑은 상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수동성의 능력이다. 잘 알고 지내던 한 시인은 사랑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우월한 가치는 능동성의 능력이다. 사회는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자율적으로 계획하며, 스스로 책임지고, 능동적으로 살라고 요청한다. 그것이 성공적인 현대인의 삶의 방식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랑의 논리는 그 반대인 것 같다.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 고뇌에 휩싸일 수 있는 능력, 연인의 손길에 파르르 몸을 떨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사랑이 주는 상처를 고스란히 감내할 수 있는 능력.

사랑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는 일은 참으로 속수무책이다. 그래서 사랑은 수동성의 능력이다. 누군가 ‘사랑하기로 결심했어’라고 말하면,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계획은 빗나간다. 그 우연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사랑은 시작되기도, 지속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우연한 사랑이 주는 황홀감과 무한한 자기긍정을 사랑한다. 연락이 되지 않는 연인을 기다리며 밤을 꼬박 세우느라 다크 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와도, 그것을 달콤한 사랑의 고뇌라는 역설적 표현으로 인식한다. 사랑이 주는 육체적‧정신적 기쁨은 포기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또한 사랑이 주는 자기긍정은 무한하다. 사회는 1등이 되지 못한 나를 열등생으로 취급하지만, 사랑의 관계 안에서 나는 늘 최고가 된다.
사랑이 주는 황홀함은 나의 것이다. 그것을 온전히 향유할 때 나는 사랑의 주체가 된다. 그러나 나의 사랑은 상대로부터 발생된 것이다. 나는 나의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사랑은 상대에게 도착해야 한다.

 


사랑이 수동성의 능력이라면, 그것은 나의 사랑이 상대로부터 발생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랑을 어떻게 잘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나의 사랑에 너무 몰두하면 사랑은 잘 되지 않는다. 라일락 나무 아래에 앉아, 사랑은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아주 간단한 진리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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