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우리, 이별 해야할까?

사랑은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선언으로부터 사건화 된다. 눈빛의 교환이건, 분명한 고백이건, 활활 타오르는 열정이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도이건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 있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할 때 ‘너’는 누구일까? 이 물음은 사랑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인 것 같다. 
 

모든 연인들이 사랑할 때 가장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너는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문제이다. 너는 같은 기억도 다르게 하며, 일관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오리무중일 때가 많다. 오랫동안 시간을 함께 나누었으면서도 결국 나는 그를 잘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릴 때, 사랑은 길을 잃는다. 

너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내가 사랑하는 너는 이전의 너와 다르며, 나와 다른 견해를 제시하고, 때로 극복할 수 없는 차이를 경험한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사랑의 문제를 너의 탓으로 돌리기 시작한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났다고 말이다.

사랑을 지속하려는 연인들이 서로 다투고 갈등할 때 ‘그와 나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로 맞지 않는 사람이다’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것은 다툼을 해결할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와 잘 맞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와 잘 맞는 사람이란 나와 동일성의 비율이 높은 사람을 말하는 걸까? 동일하지 않은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나와 같은 대통령 후보를 찍고, 같은 음식을 좋아하고, 같은 소설책을 읽고, 같은 음악을 듣는다고 해도, 그 이외의 모든 것들은 나와 다르다. 같은 것의 목록이 많다고 하더라도 다른 것이 월등하게 많다. 근본적 차이를 어쩌지 못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연인들은 차이를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차이를 갈등과 불화의 전제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사랑이 타인과의 친밀감, 연대, 열정적 관계맺음이라면, 그것은 근본적으로 차이에 대한 경험이다. 사랑이란 자기와의 관계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나와는 다른 타인과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타인은 나와 다른 개체이다. 

 

 

나와 다른 피부, 다른 몸, 다른 마음, 다른 세계관,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타인들 중 하나인 ‘너’를 만난 것이다. 나는 나와 같은 존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너’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이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환대해야 하지 않을까? 그 차이를 자아의 좁디 좁은 영역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긍정적인 것으로 여길 필요가 있다. 너라는 차이에 의해 나는 확장되고, 더 풍요로워지며 성장할 수 있다.